태생이 역사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역사를 다룬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어릴적부터 즐겨왔다.

왼쪽부터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다테 마사무네.
그 중에서도 KOEI의 게임들이 취향에 맞아 예전에는 출시된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을 즐겨왔지만, 이제는 그러기 쉽지 않아 슬프다.(마지막이 신장의 야망 - 혁신인지, 삼국지 11인지 가물가물......)
삼국지1로 입문하여 수호지를 거쳐 랑펠로, 대항해시대, 원조비사를 지나 결국 가장 열심히 했던 게임은 신장의 야망이었다. 왕년에는 삼국지로 이런저런 기능을 테스트한 후, 신장의 야망으로 본격 도입한다는 말이 있을만큼 완성도가 훨씬 높아서 삼국지 팬이라면 시스템에 적응하는데에 어려움이 없었고 막상해보면 미묘하게 더 재미있기도 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는데, 삼국지만큼 게임의 배경과 등장인물에 대해 알지 못해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해서, 게임을 좀 더 재미있게해보겠다는 일념으로 힘이 닿는 한도 내에서 일본 전국 시대에 대한 모든 정보와 책을 모으고 읽었다. 지금이야 나무위키만 뒤져도 그 시절의 정보량을 웃도는 내용을 볼 수 있겠지만, 옛날에는 간간이 나오는 게임 잡지의 공략과 '대망'(전권은 구입하지 못하였다)만이 희망이었다. 처음할 때는 제목에도 이름이 쓰여있는 오다 노부나가 외에 아무도 모른채 게임을 하였지만 그래도 엔딩까지 진행한 걸 생각해보면, 나를 포함한 그 시절의 게이머들은 참 열혈하드코어한 구석이 있었다.(심지어 처음 했던 MD판 무장풍운록은 복제팩을 구입했던 것인지, 세이브를 해도 파일이 날아가버리는 바람에 한번도 끄지 않고 엔딩을 보기도 했다......게임기의 전원이 계속 유지되는 것을 아버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마음 졸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각설하고, 그런 입문과정을 거쳐 일본 전국시대에 대한 대략적인 지식을 갖춘 나는 여전히 전국시대 관련 글이나 영화나 드라마 등을 즐기는 편인데 마침 넷플릭스에도 그 시절을 다룬 다큐가 하나 등장하여 지난 주 내내 틈날때마다 시청하여 어제 정주행을 완료하였다.
사무라이의 시대 (Age of Samurai : Battle for Japan)
40분 남짓한 6편의 구성이니 오프닝과 중복장면 등을 빼면 200~220분 분량으로 정리된 다큐이다.
오다 노부나가로 시작하여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시대를 지나, 도쿠가와 막부가 열리면서 마무리된다.
이야기는 대부분 간단하게 다루고 있어서 입문자에게는 좋은 구성이지만, 역시 신장의 야망을 열심히 플레이한 사람의 눈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많다. 영상의 분량에 대비하여 실제 역사의 사건과 인물들이 차고도 넘치니 그 이상 깊이 들어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매번 뻔한 소리만 반복하는 전문가집단의 인터뷰를 줄였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연배우들의 비주얼도 통상적으로 알려진 이미지와 다소 상이하여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는데, 이건 개인 취향이니 별로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제작자 중에 다테 마사무네의 팬이 있는건지 그 배역만큼은 생각보다 분량도 많고, 기럭지와 얼굴생김이 게임을 방불케한다. 그야말로 伊達男.

천연두를 앓았다는 설정에 한쪽 눈은 안대로 가렸지만 계속 잘생김......(伊達政宗-伊藤英明)
또한 임진왜란에 대하여 일본쪽 시각에서 조명한 내용이 담긴 영상이기도 한데, 세부 묘사는 거의 없지만 어째서인지 홍의장군 곽재우에 대한 언급에 악의적인 카더라에 의존하여 쓸데없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관군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는 수준인데, 의병에 대한 부분을 다룬 것도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전쟁 자체는 명분이 없어서 일본내의 반대가 심했지만, 히데요시가 독단적으로 추진했다는 부분과 병참의 곤란과 명의 개입, 그리고 전국 시대를 통해 급감한 일본의 인구수와 큰 차이가 없었던 조선의 인구수가 결국 승패를 좌우했다는 수준의 평가로 끝난다. 기대하고 있었지만 조선 수군의 대활약은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영상 자체는 몇 가지 고증에서 이상한 점이 나오지만, 무리 없이 볼만 하다고 생각된다.
일본의 전국 시대의 하이라이트를 3~4시간 정도에 한번 훑어볼 수 있다는 의미로는 충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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